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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개헌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잠재적 대권주자들과 중진이상의 정치인들은 대통령 단임제보다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다.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이 부분에 있어서는 별다른 진통없이 여야간 합의가 도출 될 모양이다. 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반대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대통령 연임제와 중임제에 대해서 의미상의 구별없이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연임제는 연속하여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음을, 대통령 중임제는 연속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거나, 연속하지 않고도 재차 그 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대통령 중임제가 연임제보다는 더 넓은 개념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것은 사실상 연임제의 의미에 더 가깝다. 즉 대통령을 2기에 걸쳐서 연속해서 재임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하에서는 이러한 구별없이 연임제를 중심으로 몇가지 위험성을 지적해보고자 한다



연임제가 책임정치구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오류

과연 연임제가 책임정치구현에 도움이 될까. 나는 먼저 어느 정치인이고 간에  대통령이 되서 깽판치려고 하는 자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5년이라는 단임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고자 한다. 한번만 할 수 있는 단임제 하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책임의식 없이 '이젠 장땡이라는 심보'로 대충 일할 것이라는 우려는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나 있을법한 가정이다.

오히려, 연임제하에서 차기 선거에 대한 의식으로 최초의 임기 내에는 포퓰리즘에 휩싸여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할 우려가 더 크다. 대통령이 차기를 염두에 두는 순간, 소신있는 행정은 사라지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각종 부실연금의 개혁, 방대한 공기업과 정부부문 구조조정, 노동부문 구조조정, 시장개방, 농업정책 등 어느 한쪽의 희생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꼭 필요한 정책 추진은 후퇴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조차도, 재선을 염두에 두는 순간 감세정책을 주장하며, 세금인상은 절대없다던 확언을 뒤집고 임기말에 세금을 올리는 등 소신과 반대되는 정책을 펼쳤다. 재선에 실패했음은 물론이다. 그 유명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역시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인바 있다. 포퓰리즘에 대한 유혹은 단임제보다, 연임제에서 더 유혹적이고 강력하다.



정당제 민주주의는 '어느정당이' 정권을 잡았느냐로 심판

또한 한국의 정치지형이 과거 인물중심, 명망가 중심으로 이루어졌을 시절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는 중요한 관점이 될 수 있었지만, 이데올로기 중심의 정당 정치 (특히, 양당제의 정착)가 싹트고 있는 장래의 한국 정치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는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연임제가 책임정치구현에 도움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지금 대통령이 차기에 꼭 나가서 심판받아야만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은 허구적이다. 어차피, 다른 정당의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자체가 이미 정치적 심판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요는, 어느 정당에서 정권이 창출되느냐로도 충분히 책임정치를 구현해 낼수 있다는 말이다. 연임제가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고, 단임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오늘처럼 정당중심의 정치가 활성화되기 이전 시대의 논리이다. 현대 정치가 인물보다는 정당을 위주로 이끌어지는 정당제 민주주의 시대임을 간과 하고서 하는 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연임제는 한국정치에서 뉴페이스의 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한국 정치에서 3김의 존재는 절대적이었고, 독보적이었고, 그 시기는 매우 길었다. 보스중심의 정치가 강력했던만큼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가장 최근의 예를 볼때도, 과거 한나라당의 이회창이 2번을 대통령후보로 자리잡고 있는 동안에는, 지난 대선의 소위  '빅3'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는 주목받지 못했다.당시, 한나라당에서 이회창말고 누가 주목받았으며, 이회창계보 말고 어떤 계파가 있었는가?

이제는 지난 대선의 '빅3' 외에도 한나라당의 김문수나 오세훈, 정몽준 등 대권을 노리는 새로운 후보군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정치 시장의 관문이 개방적으로 변했다. 민주당의 경우도, 김대중이 단임으로 끝났기 때문에 노무현이 등장할 수 있었고, 당시에 천정배, 정동영, 추미애, 김근태, 유시민, 한명숙 같은 초선 내지 재선급 의원들이 주목받을 수 있었다. 만일, 당시 노무현이 연임이 가능했다면 당시의 열린우리당에 위와 같은 젊은 인물들이 등장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열린우리당은 소위 노무현 계파가 형성되어서 똘똘 뭉쳐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대통령 연임제는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는 다시금 보스중심, 계파중심의 정치 악습을 되풀이 할 확률이 높다.



대통령임기와 국회의원임기를 맞추고 선거를 동시에 치루는게 좋은것만은 아니다

지난 노무현 정권때 개헌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명분 중 하나가 대통령임기와 국회의원임기를 맞추고 선거를 동시에 치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이 다르기 때문에 국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헛소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이 동일하다면 누가 이들에 대한 효율적인 권력통제를 할 수 있는것인가. 대통령과 여당이 하는 일이 항상 옳기만 한것인가.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확연히 다르다. 전자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을 선출하는 것이다. 후자는 전혀 다른 속성의 권력인 입법부의 구성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즉, 국민은 서로 분립되어 있는 양 권력에 대한 선거행위에 있어서 "같은기준" 이 아니라 "독자의 기준과 선택"을 행사해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대의제의 원리에 부합한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동시 실시 내지 동일 연도내 실시는 양자의 구별을 불분명하게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사실상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위적으로 대통령이 의회권력을 쟁취하기 좋은 구도가 만들어진다. 이건 옳지 않다.

내각제에서는 애초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선거를 한 결과에 기반해 다수당에서 행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내각제에서는 대선=총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같은 대통령제는 대선과 총선은 서로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별개의 선거이다. 너무 도식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의미가 변질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인위적으로 대선과 총선 시기를 맞물리게 해서 대선=총선의 결과를 의도하려는 시도는 대의제의 원리나, 정부의 구성원리와 합치하지 않는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인위적인 의회권력쟁취는 합헌적 독재의 시작

입헌주의 국가의 주요한 특징은 권력이 분립되어, 어느 한 권력이 일방적으로 독주할 수 없도록 구조화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사회국가이념 또는 수정자본주의의 시대적 조류는 이미 행정권의 비대화를 가져온지 오래다. 더구나, 국회의 의석분포에 따라 행정권의 구성이 좌우되는 내각제 국가와는 달리, 대통령제 국가는 그 자체로 이미 강력한 행정권과 민주적 정당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국회권력까지 동시에 쟁취할 경우 국가(Leviathan)는 더 할 나위 없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 권력의 분립이 아닌 통합현상은 극대화할 것이고, 입법,행정,사법을 모두 거머쥐는 거대권력으로서 국가라는 리바이어턴(괴물)의 도래를 합헌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위험마저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삼권이 분립된 것이 아니라, 삼권이 하나로 통합된다. 이것은, 자유주의 이념과도 어울리지 않으며 사실상 대의제원리, 권력분립의 원리에도 반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의회의 행정부 종속을 더욱 심화시켜 의회주의 원리에도 반한다.

아울러, 대통령과 국회다수당이 반드시 일치해야한다는 논리는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국정운영의 효율성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선택의 반사적 효과일뿐. 그래야할 당위성이 당연히 도출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통령 중임제는 자칫 소위 입헌주의적 독재 체제로 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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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30대 백수 | 2010/06/12 01:51 | ㆍ백수칼럼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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